스토리
1946
'을지로' 라고 불린 첫 해. 이 역사의 공간에 아이비네웍스가 함께 합니다

건물은 시간기록장치다

2023-02-23

[을지로의 시간. Episode1] 건물은 시간기록장치다

[본 스토리는 아이비네트웍스가 추진하는 Project ‘EFC’새롭게 재탄생하는 을지로 일대의 기존 모습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활용된 사진은 아이비네트웍스가 동의를 구하고 점점 사라질 풍경을 직접 촬영한 수천장의 사진 중에서 발췌했습니다.]


대체 언제쯤 지어진 걸까. 

정사각형 타일이 촘촘히 박힌 외벽, 의도적으로 기둥을 돌출하고 그 안에 창문을 배치한 기법을 쓴 걸 보아하니 건물은 꽤나 긴 시간을 품고 있다. 이제는 이국적인 분위기마저 감도는 외관을 한참 더 붙들게 하는 건 얼마 전까지 사람들로 붐볐을 쌀국수 집 창문에 달라붙은 노란 베트남어. 

이 오래된 건물은 중구 을지로 9길 14에 위치한 삼원빌딩이다. 

건축물대장을 열람해 보니까, 사용승인일이 1959년 5월 19일이다. 그 사이 이 건물에서는 인쇄기가 밤새 돌아 갔고, 이 동네 건물 쓰임이 으레 그런 것처럼 타일이나 철물, 본드 같은 것을 파는 건자재 집이 들어섰다. 이들을 대상으로 밥도 팔고 술도 파는 음식점도 성행했다.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MZ 세대의 뉴트로 열풍 속에서는 생애 뜻밖의 화양연화를 맞이했으니, 건물 3층에 자리 잡은 술집 화담이 힙지로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SNS에 오르내렸다. 

“40년 전만 해도 그 정도 건물이면 아주 번듯했지. 시그니처삘딩이 있기 전까지 그 근처가 다 단층이었어. 한옥도 있었지.”

삼원빌딩 주변에서 40년째 건자재를 파는 어느 사장님은 낯선 이의 질문에도 선뜻 친절하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10여년 전쯤 그 건물 4층 마루 공사를 하러 간 적 있는데 골조가 아주 튼튼했다”라는 말도 덧붙인다. 

6.25 전쟁이 끝나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온 국민이 피눈물 나게 노력했던 ‘재건시대’의 보편적 건축기법과 특징, 그리고 그 위에 켜켜이 쌓인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일, 추억을 이 오래된 건축물에서 발견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나의 건축물을 관통한 시간은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은 그간의 일어난 일들을 있는 그대로 남기기 때문이다. 

촬영일=202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