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1946
'을지로' 라고 불린 첫 해. 이 역사의 공간에 아이비네웍스가 함께 합니다

도끼다시의 추억

2023-02-23

[을지로의 시간. Episode2] 도끼다시의 추억

[본 스토리는 아이비네트웍스가 추진하는 Project ‘EFC’새롭게 재탄생하는 을지로 일대의 기존 모습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활용된 사진은 아이비네트웍스가 동의를 구하고 점점 사라질 풍경을 직접 촬영한 수천장의 사진 중에서 발췌했습니다.]

 



“아~ 이거~.”

‘도끼다시(とぎだし)’라고 말해도, ‘테라조(Terrazzo)’라고 다시 말해도 웬만해서는 모른다. 그렇지만 사진을 들이밀면 태도는 순간 바뀐다. 적어도 X세대라면 틀림없이 그러하다. 학교며 관공서, 아파트 바닥이 옛날에 거의 다 이것이었으니까. 

그때는 모두 ‘도끼다시’라고 불렀다. 회색 시멘트에 흰색 돌가루를 섞어 갠 다음, 바닥에 살살 깔고 굳으면 표면을 갈아냈다. 그러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어지간하면 깨지지 않았고 닳아 없어지지도 않았다. 

건물 퀄리티에 신경 좀 쓴 곳은 어떤 염원이 담긴 듯한 특별한 문양을 색깔 있는 돌이나 유리를써서 표현했는데, 그 문양은 일일이 미장공 또는 타일공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소박한 꽃 한 송이로 멋을 준 이곳은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12길 13 백양빌딩이다. 

백양빌딩은 휴전 협상 다음 해인 1954년 11월 10일에 사용승인이 났다. 수도와 전기 조차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판잣집이 서울시내 여기저기에 들어찼던 시절에 4층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것. 그러므로 이 문양도, 이 마감기법도 그때는 신천지 같던 이 건축물을 이루는 하나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게 박혔을 것이다.  

연분홍 꽃 한송이는 입구 바닥부터 시작해 층과 층을 잇는 모든 메자닌 바닥에서 활짝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도끼다시’라는 말 대신 ‘테라조’로, ‘모르타르 시공’ 대신 ‘타일 시공 ’으로 바뀌어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이 마감 기법의 눈부시던 어느 한때를 발견한 이가 있으니, 이 한 장의 사진을 공유하는 것으로써 소소하게나마 기념하고자 한다. 


촬영일=2022.12.20